Seunghe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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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meaning of cow and star >
                                                                                                                           

2022.06.15
Seunghee You





 인터넷에서 종종 본인 인증 절차 과정으로 로봇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위해 애매한 사진들을 끼워 놓고 그 목록 중에서 제시된 사물이 들어간 사진을 골라 봤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로봇과 인간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쓰이는 이 방식은 엄청 쉬우면서도 몇 초간의 집중을 발휘해야 하는 약간의 긴장을 유발한다. 그런데 이 약간의 긴장이 순간적으로 섬뜩하게 다가왔다. 인간이 기술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21세기의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약간의 두려움과 의심 등이 쌓이며 생기는 긴장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 긴장은 기술이 인간에게 주는 경고와 기회의 신호일지 모른다.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 1892. 7. 15 ~ 1940. 9. 27 )이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은 전통적 예술 수용 방식인 관조나 침잠의 방식이 아닌 분산과 산만의 방식으로 변했다 했듯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접하게 되는 세상은 일련의 충격과 충돌로 파편적이고 순간적이며 불연속적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벤야민에 따르면, 현대적 시각 경험은 충격적 성격을 띤다고 설명한다. 디지털 매체 속에서 쉴 새 없이 이미지와 동영상이 업로드 되며 다음 영상으로 즉각적으로 넘어가는 매끄러운 움직임은 사고의 흐름이 파편적이며 순간적으로 이뤄지게 만든다. 그래서 디지털 시대에서 관조나 침잠의 방식은 어색하다. 
그런데 관조나 침잠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자 고유한 특성이다. 따라서 앞에서 말한 약간의 긴장을 느끼며 몇 초간 응시하던 행위가 기계와 인간을 구분 짓는 지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매체의 체계는 이러한 인간의 고유한 특성인 관조와 침잠을 퇴화시키고 기술의 분산적 방식만 수용하게 만든다. 디지털의 이미지들은 대체로 어떤 이해를 요구하기보단 총체적 이미지나 분위기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갖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개별적으로 대상과 깊이 있게 관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훑고 스쳐 지나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조와 침잠의 시간이 단축되고 있는 오늘날에, 예술은 그 기회를 제공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소멸>을 보면 왼쪽엔 별이 있고 오른쪽엔 소가 있다. 그리고 소 위엔 ‘소별’이라는 단어가 적혀있다. 로봇이 이 이미지를 인식한다면 별과 소는 찾을 수 있지만 소별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기에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반면 인간은 <소멸>이란 제목과 작품 간의 연관성을 찾아보거나 소와 별의 이미지를 소별이라는 단어와 연결시켜보는 등 소멸의 의미를 각기 다른 형태로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마치 로봇은 찾지 못하는 애매한 차이를 인식하는 인간처럼 인간은 그림 속 애매함에서 오히려 개별적 특수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NFT, 디지털 화폐, 가상세계 등 새로운 기술 담론은 단연 현대에서 겪어 본 충격 중 제일일 것이다. 아직도 이 새로운 기술들이 생소하고 어렵지만 세상은 더 새로운 기술들로 끊임없이 교체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 담론으로 교체될 때마다 소멸하는 대상이 생긴다. 그런데 그 소멸하는 대상에서 또 다른 의미를 다시 생성해 내는 능력은 인간이 기술과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다.
                                                                                                                                                                            




<Extinction>, 2022, Digital drawing, 65x48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