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unghe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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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want to fly _ Robot human ‘Yang’ >
                                                                                                                           

2022.06.13
Seunghee You




영화감독 코고나다(Kogonada)의 신작 영화 <애프터 양(After Yang,2021)에서 Yang은 로봇 인간으로 등장한다. Yang의 외적 모습은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하지만 그는 기계로 만들어진 로봇에 불과하다.    
극 중에서 Yang은 많은 정보와 원활한 소통 능력을 가지고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가정에서 그와 인간 가족 사이에 벽이 느껴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그것을 전업으로 삼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Yang도 무언가에 열정을 느끼는 감정을 자신도 느껴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Yang은 그러한 자율적인 감정은 로봇에겐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아무렇지 않은듯 체념한다. 겉으론 로봇의 삶이 괜찮다고 하던 Yang이었지만 그의 눈빛엔 왠지 자유롭게 생각하고 선택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경험하고 싶은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 인간 Yang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거의 인간과 흡사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며 살아가는 똑똑한 로봇이지만 인간의 미세한 감정과 교감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상상까지는 도달하지 못하는 한계로 인해 오히려 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언가가 답답하게 그를 잡아두는 것 같았다. 
극 중에서 Yang과 같은 로봇인간 친구가 등장하면서 나오는 노래 Mitski의  <Glide> 가사 중 “ I wanna be, I wanna be. I wanna be just like the sky. Just fly so far away. To another place.” 라는 구절이 있다. 종교가 인간만 가질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상상에서만 나오는 환생, 저승, 천국과 지옥 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확장으로 인간은 하늘 끝까지 날아다닐 수 있다. 하지만 Yang은 종교도 가질 수 없고 사후 세계에 대해 상상할 수도 없기에 날 수가 없다.
영화의 말미에 Yang의 동생이 자다가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온다. 거실에 있던 아버지가 물을 대신 떠주겠다고 하자 아이가 자신이 스스로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이가 Yang이 있었을 땐 각자 방에서 나와 중간에 만나서 물을 마셨었다고 말한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왜 그냥 편하게 Yang한테 물 좀 떠다 달라 하지 그랬냐고 대답한다. 아이는 난 내가 떠먹는 물이 좋다고 아버지한테 말한다. 인간은 어른이 되면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갖게 된다. 그래서 좀 더 편리하고 합리적인 것들을 찾는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가 놓치는 중요한 것이 있다. 순수함에 가까운 어린아이가 말했듯 ‘내가 떠먹는 물이 좋다’ 처럼,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감각을 사용하고 스스로 사고하며 선택하기 원하는 주체적이며 자율적인 존재라는 것을!  
우리가 일상에서 원하는 색깔의 칫솔을 선택하여 원하는 맛의 치약을 짜고 그것을 윗니부터 어금니 아랫니 혓바닥 순으로 닦으며 잠을 깨고 상쾌함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행위와 감정이었는가.




                                       
<I want to fly_Yang>, 2022, Acrylic on paper, 65x48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