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unghe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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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infinite possibilities of good >
                                                                                                                           

2022.06.23
Seunghee You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에서 아드리안 레버퀸은 악마와의 대화 중에 “죄인이 근본적으로 치유 가능성을 단념할 정도로 구제불능으로 보이는 죄야말로 참된 신학적인 길을 열어 줄 것이오.”라고 말한다. 구약 성경에서 창세기에 나오는 인류 최초로 살인을 저지른 ‘카인’이 자신의 죄가 용서받지 못할 정도의 어떤 희망도 없는 죄라고 참회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아드리안은 이러한 카인의 참회가 오히려 구원의 가능성에 가장 근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 즉은 어정쩡하게 참회하는 평범한 죄인보다 어쩌면 단념할 정도로 순수한 절망을 느끼는 죄인이 구원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인간은 평범한 일상의 감사함을 매 순간 느끼고 살기 어렵다. 그래서 흔히 주변에서 어떤 충격적 사건을 겪고 난 후에나 평범함에 대해 감사하고 살게 되는 사례를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신학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이렇게 일상적인 면에서도 인간은 극단에 놓일 때 선(善)이나 이상과 같은 참된 가치에 가까워진다.
인간은 인간에게서 지울 수 없는 오만함 때문에 극단을 통해 오만함을 인지함으로써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파우스트 박사>에서 오만하고 고독하게 묘사된 아드리안의 모습이 바로 인간의 모습이자 속성일 것이다. 인간은 오만한 존재다. 그럴 만도하다. 인간의 고유한 특수성이 그 이유일 것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고,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들이 인간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면서 동시에 자만의 동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인 이상(1910 ~ 1937)은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거울 속 모습을 통해 자아 성찰을 하는가 하면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매료되어 결국 물에 빠져 죽고 만다. 이렇듯 인간은 성찰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면서 극단적 편협함으로 치우치는 연약함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의 모순성 덕분에 선(참된 가치)은 지속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게 된다. 인간은 건강과 병, 생명과 죽음, 선과 악, 겸손과 자만과 같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수많은 모순된 명제들로 하여금 극단을 경험하며 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안, 두려움, 죄책감, 양심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여기서 선 혹은 참된 가치가 파생되기 때문에 선의 무한한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작품 속 산 정상을 넘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새와 저 멀리 땅 끝으로 떨어지고 있는 새처럼, 인간의 삶이란 극단의 연속 속에서 최고조로 고양되는 것이다.    




       
       <The infinite possibilities of good>, 2022, Digital drawing, 60×4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