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20대를 경험해왔고 이젠 20대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나는 요즘 들어 연륜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지금까지 쌓여지고 있는 삶을 통해 나의 시각, 감각, 생각이 변화됨을 인지하는 순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매번 가던 목욕탕을 조카가 태어난 후 이모의 신분으로 조카와 같이 가게 되면서 이모가 되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감정을 느꼈다. 또, 미술을 전공하면서 자주 전시를 보러 갔었지만 작품 앞에서 가슴이 뭉클해진 경험은 해보지 못했었는데, 불과 며칠 전 이우환의 커다란 작품 앞에서 느껴봤다. 이러한 변화가 아마 연륜을  뜻하는 게 아닐까. 연륜은 변화 속에 생기는 숙련의 정도이다. 아직 숙련의 정도가 깊지 못하나 조금씩 쌓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하게 되는 상황과 환경 등에 의해 생겨나는 변화는 인간을 숙련시킨다. 다시 말해 이해되지 않던 것이 이해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시간이 흘러봐야, 나이가 들어봐야, 경험을 해봐야, 알게 되나보다.  
오늘날의 수(數) 혹은 숫자의 개념은 ‘돈’으로 환산된다. 흔히 쓰이는 ‘시간이 금이다’ 와 같이 수의 개념은 대부분 돈이나 얼마큼의 가치로 효율성을 갖는지에 집중된다. 따라서 오늘날의 사회에선 숙련된 삶의 모습을 자아내는 쌓아진 시간의 의미에 대해 고찰하기 어려워졌다. 한 해가 지나갈 때마다 생일케익에 꽃히는 촛불 수의 의미보단 값비싼 생일 케익의 화려한 장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