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unghee You

                                                                                                                                             
Work
Text
Bio
Newsfeed
Contact






Space of ‘And’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1930-2004)는 어떤 에세이에서 ‘과/그리고(and)’라는 말에 대해 이렇게 주석을 달았다. “과의 존재 방식에 대한 놀라움, 즉 과의 의미가 있으면서도 없고, 무언가를 향하면서도 행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은... 모든 해체의 영원한 숙제다.” _자크 데리다의 유령들 중에.

‘과’가 존재하는 방식은 경계에, 문턱에 서 있는 상태이다. 본인의 작품도 a와 b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속하지도 벗어나지도 않으면서 경계에 서 있는 그런 것들이다.

접기와 펼침
열기와 닫기
연결과 구분
부분과 전체
고정과 유동 사이에서 자신의 상태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다.

종이가 접히면서 만들어진 자국에서 파생되는 사각의 공간, 데칼코마니의 우연적 형상처럼, 사각의 공간은 접히고 펼쳐지며 상호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한다. 그 사각의 공간은 하나였다가 전체였다가 어느 한 곳에 고정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상호 작용한다. 또한 곳곳에 등장하는 괄호의 형상은 여는 괄호와 닫는 괄호가 짝을 이루지 않고 서로가 개체가 되어 이것도 저것도 아닌 비어 있는 공간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신기한 모양이다. 본인은 이러한 상호관계적 작업 과정, 데칼코마니식의 반 우연적 방식, 짝을 이루지 않는 괄호를 통해 “과(and)”의 공간을 채워나간다. 

매번 드나드는 작업실이라는 공간에 규격화된 흰색 종이로 바닥을 점유함은 본인이 공간을 대하는 태도이다. 신발을 벗고 종이를 밟는 순간, 방도 갤러리도 작업실도 아닌 낯선 중간 단계를 경험하게 하면서 과(and)의 감각을 환기한다. 규격호된 종이는 규칙이나 불규칙의 방식이 아닌 그저 작품을 감상 하기 위해 서야 하는 지점 즉 작품과의 상호 관계적 동선에 맞춰서 바닥에 붙여진다. 다소 좁고 아슬아슬하거나 답답한 구조는 본인이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오브제들과 거리를 두기보단 가까이에서 부대끼며 그들과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방식으로부터 기인한다. 공간 가운데에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가림막, 이유 모를 위치에 우두커니 서 있는 사물들, 흰색 종이 위에서 벗어나지 않게 되는 동선. 과(and)의 공간에는 제한된 일상 가운데 이유 없는 곳에서 이유를 찾으러 배회하다 멈췄다 하는 본인의 삶이 담겨진다. 








<Space of ‘And’>, 2023







<Space of ‘And’>, 2023














<re-sculpting 'Name'>, 2023, wood stain on the panel,wood,paper, 140×140×45.8cm






<re-sculpting 'Name'>

이름이란 사람이 어떤 대상을 구별하기 위해 사람, 사물 혹은 현상 등에 붙여준 단어이다. 그 이름들을 지우듯 기본의 형태만 남긴 오브제. 둘인 듯 하나인 듯 엉성하게 만들어진 책상과 비슷한 구조의 사물. 엉성한 구조 위에서 오브제와 오브제 간의 연관성을 만들어가는 행위는 이름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된다. 마치 어린아이가 사물에 이름을 붙여주고 생명을 불어넣어 이야기를 만들고 역할극을 하듯이, 구조물 위에 얹어진 형상과 오브제와의 관계 맺음을 통해 다양한 내용으로의 채워짐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 Next
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