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작품

약력
뉴스피드
연락처






죽어도 죽은 것 같지 않은








<초라한 염원>, 2022, 목조 좌대,나무,향,머리카락, 150×30×30cm





 인간은 죽음의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죽음에 대한 초월, 죽음의 극복에 대한 염원을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해왔다. 그중에서도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불멸에 대한 염원을 가장 그럴듯하게 들어주고 있다. 기술은 죽음으로 인해 신체를 잃은 인간을 인터넷에 남겨지는 정보체를 통해 살아 있는 존재로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고인이 되어버린 연예인의 소셜미디어 계정엔 여전히 팬들의 댓글로 소통이 이어지는가 하면 죽은 사람을 증강현실(VR)로 재현해 내어 죽은 사람과 대화하며 잠시나마 죽은 이가 다시 살아 돌아온 듯한 반가움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등  ‘죽었지만 죽은 것 같지 않은’ 상태를 구현시킨다.
<그 많던 AIBO는 어디로 갔을까? : 인공지능 로봇의 ‘죽음’ 시론>에서 신하경은 이러한 애매모호한 죽음의 상태를 인간의 ‘유령성(specter)’으로 표현한 바 있다. 그는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수명을 다한 인공지능 로봇이 폐기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딥러닝을 통해 획득한 인간의 정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가 생물적으로는 ‘죽은’ 존재(정보체)이어도 죽었다고 보기 어려운 유령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유령성은 일상에서 사용되는 사물인터넷과 인간의 관계에서도 존재한다. 이렇듯 동시대에서 죽음은 기술로 인해 ‘죽어도 죽은 것 같지 않은’ 애매한 경계에 놓여 죽음의 의미를 혼동시킨다. 더불어 신체성에서 유령성까지 아우르는 지금의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신화성을 부여하게 되었다. Meta(구 페이스북) 캠페인 영상에서 등장하는 ‘모든 것이 내 세상’이라는 문구가 말해주듯이 모든 것이 나의 몸으로 종결된다. 인간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 죽음에 대해 사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삶과 죽음을 오갈 수 있는 디지털 세계의 개인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는 사라지고 있다. 동시에 본질적인 죽음에 대한 사유 또한 중단시킨다.
본인은 동시대에 존재하는 ‘죽어도 죽은 것 같지 않은’ 새로운 상태에서 느낀 이상한 언캐니함을 고대 그리스 벽화에 등장하는 신화적 상징물을 차용하여 어중간한 색감과 원초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 캔버스보다 더 평평한 나무 판넬을 통해 원초적인 방식의 직관성을 부각시켜 죽음과 죽지 않음의 상태를 오가게 만드는 동시대의 입체적인 죽음에 대해 평면적이며 단순하게 다가가고자 한다. 본질이란 꾸밈없는 초라함에 가까이 있을 때 드러난다. 그러므로 기교가 없고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기법, 전시장에 초라하게 서 있는 나무 막대기와 그 위에 간신히 붙어 힘없이 고개 숙인 머리카락 몇 가닥은 죽음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는 본인의 염원이 담긴 시도이다.














<두 개의 자아>, 2022, 판넬에 아크릴, 75×37cm











<죽지 않는 죽음에 대한 드로잉>, 2022, 판넬에 아크릴, 21.5×14.5cm









<다시 살아 돌아온 아크로타리의 소년>, 2022, 판넬에 아크릴, 162.2×130.3cm








<천사가 되고 싶어하는 자는 짐승 된다>, 2022, 판넬에 아크릴, 75×75cm















<죽은 새>, 2022, 판넬에 아크릴, 80×80cm

















             

<강을 건너지 않은 죽은 두상>, 2022,
판넬에 아크릴, 100×15cm

                   




<우울한 소생>, 2022,
판넬에 아크릴, 75×37cm




<비참한 발버둥>, 2022,
판넬에 아크릴, 30×30cm












<죽어도 죽은 것 같지 않은> 전시전경, 2022








> 다음
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