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FT가 예술이 되기 위해 >
2022.04.15
유승희
유승희
로비 바랏(Robbie Barrat, 1999~)은 AI를 예술적 도구로 사용한 예술가이며, AI뿐만 아니라 회화, 디자인, 비디오 조각 등 다양한 매체와 분야를 통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로비는 젊은 나이와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 근무 경력으로도 유명하지만 특히 학창 시절 AI로 제작한 작품이 Christie의 뉴욕 경매장에서 AI 미술품 중 최고가인 $432,500(한화 5억 3,5867,500원)에 낙찰된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 대중이 NFT art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도 대부분 엄청난 가격에 관한 기사를 통해서일 것이다. 이와 같이 오늘날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는 ‘돈’이 자리잡고 있으며, 현대인은 ‘돈’에 주목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MZ세대 사이에서 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생겨난 파이어족(조기 은퇴를 목표하여 20대부터 극단적 소비 최소화로 은퇴자금 마련하려는 이들.) 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현대인들이 그토록 ‘돈’에 주목하는 이유는 효율성에 대한 숭배와 과학만능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있다. 재산의 정도에 의해 자유의 범위가 정해지며 과학 기술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지불에 대한 대가로 보기 때문이다. 과학은 지식의 신으로, 기술은 행위의 신으로, 돈은 만물의 신으로 우상화하는 문화는 상호 운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오늘날의 기술의 특성에 의해 전 지구적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보여진다.
그 결과 이러한 문화는 NFT 시장의 투기성을 극대화하고 예술작품의 희소성을 제한했다. 따라서 현재 NFT art에서 예술작품이 갖는 무한성의 특성은 투기성에 의해 소외되고 있다. 로비는 <Right Click Save> 온라인 매거진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희소성을 창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풍요를 창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진정한 예술의 가치는 예술품에 내재된 의미를 누군가 감상할 때 발현되며 이때 일어나는 감동, 공감, 위로, 희열, 즐거움 등의 요소가 풍부할 때 우리는 좋은 작품이라고 느낀다. 따라서 로비는 자신 작품이 희소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감상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는 NFT 시장의 현실에 실망했던 것이다. 예술가가 예술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어느 부분에서 엄마가 아이를 10달 동안 뱃속에 품었다가 낳는 것과 비슷하다.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작가가 작품과 상호작용하고 이로부터 파생되는 개인적 감정이나 생각 등 여러 가지를 작품과 공유하면서 창작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람자가 작품을 세상의 보편적 기준(가격, 숫자, 인기 등)에 의해 판단한다면 창작 과정에서 담긴 다양한 의미의 가치가 축소될 것이다. 로비는 현재 NFT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더 이상 이곳에서 활동하지 않는다. 다만 NFT 시장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꾸준히 피력하는 로비는 진정 NFT 시장의 더 나은 미래를 염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NFT 컬렉터 가라테키드(Karatekid)는 로비와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NFT의 선한 방향성에 주목하는 점에서 공통된다. 그녀는 무료로 볼 수 있는 이미지에 돈을 지불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첫째, 예술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해석할 수 있는 인간의 특수성을 일깨워준다. 둘째, 수집을 통해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영원성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셋째, 창작자들의 작품을 물질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창작자에게 더 많은 소유권과 통제권을 부여하는 예술 생태계의 민주화에 기여하기 위하여. 넷째, 상호 작용으로 존재 가치가 생겨나는 예술의 특성상 예술에게 공동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예술의 역할과 가치는 돈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예술적 상상은 자기 자신의 삶을 느끼는 삶의 역량이다.” 이 문장은 본인의 예술관을 집약시킨 문구이다. 예술을 창조하거나 감상할 때 일어나는 예술적 상상력은 감정, 성격, 취향, 지식 등과 같은 그들의 경험에서 나온다. 그 결과 예술작품은 그 안에서 자신을 느끼게 한다. 더불어 예술적 상상 속 자신은 개별성을 갖는 동시에 인간이란 공통적 범주 안에서 보편적인 무언가로 귀결되어 화합의 순간도 제공한다. 이렇듯 예술은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장이 되어준다. 이러한 예술의 가치가 NFT 시장에서 증폭된다면 NFT는 예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NFT 시장에 진출한 작가들은 반드시 NFT 시장의 투기성, 희소성, 기하급수적인 가격, 무분별한 작품으로 인한 미술품 가치 축소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예술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NFT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여 기회를 찾으려는 낙관적 태도도 가져야 할 것이다.